학부교육 시스템의 비전제시 콜로키움-이시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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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형 인재 양성, 대학구조조정이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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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일본학과 이시준 교수
지난 9월 교육부에서는 문이과 통합과정 교육을 2017년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하여 2020년 초, 중, 고 전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 상을 육성한다는 것인데, 요는 문, 이과 과목을 두루 가르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대학에서는 교육부가 비교우위에 있는 학과(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취지로 특성 특성화 사업을 실시하였고 전국의 대학이 사업선정을 위한 준비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특성화사업의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교육부는 ‘융복합’을 앞세워 소자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하기 위한 학과 통폐합 즉 ‘정원감축’을 유도하였다. 즉 대학에 학과 통폐합 플랜과 학과 폐과를 종용한 결과, 어떤 대학에서는 복지과-토목과가 묶여 환경토목·복지 전공, 화장품학과-화학과 묶이는 등 엉뚱한 학과 전공이 생기기도 하였고(한겨레 2014,10.26 기사 참조), 또 어떤 대학에서는 취업 잘되고 인기 많고 돈 되는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취업률이 낮고 인기가 없는 학과를 폐과 시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첫 번째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학과 통폐합은, 비교적 융합이 용이한 공대계열과 학문적 경계가 뚜렷한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적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학문적 기초를 중시하는 대학에서 ‘이종 전공 간 융합교육이라는 용어는 순전히 언어로만 존재할 뿐,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공허한 교육목표가 될 수 있다(숭실시보 2014,12.1일 사설 참조)’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 돈 되는 인기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비인기 학과를 폐과시키는 것은 대학의 본연의 가치인 기초학문의 전수와 연구를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융합의 핵심인 창조적 씨앗을 없애는 것과 같다. 이는 마치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려 해도 다양한 약제의 근원인 식물들이 멸종을 하여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하겠다.
변화와 개혁에 둔감한 대학이라고들 종종 비난조의 언설들을 우리는 자주 대한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말은 구태의연한 대학의 행정 및 조직에 대한 것이지 ‘학문’ 그 자체를 부정하는 논지가 아니었다고 하는 사실이다. 학문적 영역을 보아도 현재의 각 학과는 그 자체가 순수학문의 응용이요 융합적인 학과가 많으며, 각 학과의 교과과정 또한 인접학문과의 연계를 중시하기도 한다. 더 시야를 넓혀 교양과정에 개설된 수많은 융합적 교과를 살펴보라. 작금의 ‘융합’돌풍은 정부의 정원감축을 위한 작위적인 학문왜곡이며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무차별적으로 없애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대학교육에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복수전공’을 충실히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듯하다. 폐과를 종용하기 보다는 애초 학생들이 희망했던 자신의 전공 외에 개인적 관심 및 사회적 필요에 의한 제2의 전공을 학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학교의 주인은 꿈을 찾아온 학생입니다’라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대해 대학이 취해야 할 방향인 것이다. ‘복수전공’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학사관련 제도의 보안, 각종 부담을 갖게 되는 해당과에 대한 재정적 지원, 복수 전공자에 대한 해당과 교수의 지도 등 많은 노력이 수반될 것이다. 더불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학교가 앞장서서 ‘전과’를 부추겨, 학과별로 지원해 입학하는 입학제도 자체를 혼란시키고, 학생들의 꿈을 흔들어버리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풀어놓고 기다려야한다. 초조해 하면 부화(孵化)하지 못하고 껍질 속에 썩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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