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노조 숭실대지부 성명서

 

-差惡之心 義之: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의로움의 시작이다

 

지난 1030일 교내 3주체(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노동조합)의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총장은 여전히 숭실의 구성원 앞에서 입장과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이 사태는 교내 언론을 통제하려는 총장의 그릇된 시도에서 출발하였으며, 그런 자신의 시도를 정당화하려고 만든 숭대시보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또다시 몰상식적이며 비교육적인 발언이 나와 문제가 촉발된 것이다. 숭대시보 편집국장에게 N번방 사건의 주모자인 조주빈을 빗대어 조주빈도 학보기자였고 통제를 받지 않아 잘못된 길로 갔다는 발언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본인의 그릇된 시도를 정당화하려다가 멀쩡한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버린 것이 아닌가. 백 보 양보하여 교육적인 목적에서 나온 말이라고 치더라도, 해당 비유발언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면 적어도 그 말에 대한 잘못은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강제력도 없는 구제조치 권고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심지어 초심에서 패소한 결과에 항소까지 진행하는 것은 총장 자신의 잘못에 대한 정당화 시도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소송이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숭실의 이름과 숭실 구성원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금전적 손해를 막는 것도 아니고, 형사적 처벌을 막는 것도 아니다. 오직 장범식 총장 개인에 대하여 나는 잘못한 것 없다'는 명분 하나만을 위하여 무익한 교비와 시간과 노력이 소진될 뿐이다. 설령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승소하게 될지라도 이것은 총장 개인의 것이지 숭실의 승리가 아니다.

 

교육부에서 발행한 사립대학(법인) 회계관리 안내서에 따르면, 사립대학 소송 경비의 교비 집행은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연 이번 행정소송건이 학교의 학사, 입시, 계약, 재정회계 등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이었는가? 총장 개인의 막말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불복이 학교 교육에 어떤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교비에서 미리 집행했지만 법인에서 소송비용을 지불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려 하는가? 그렇다면 이사장님과 이사회에 묻겠다. 총장 개인의 막말에 대한 행정소송 비용을 법인회계에서 지출할 목적과 이유는 무엇인가? 법인부담금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불요불익한 일에 법인의 비용을 쓰는 것은 적절한 일인가?

 

훌륭한 지도자의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또한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맹자는 인간이라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마음[四端] 중 하나로 수오지심(惡之心)을 꼽았다. 응당 인간이라면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본성으로 지니고 있기에 의의 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단 네 글자 말이면 된다. “미안하다.”그 말을 못 해서 숭실의 이름을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구성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해야만 하는가? 총장은 지금이라도 무익한 항소를 취하하고 교내 구성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길 촉구한다.

 

2023.11.24.

 

전국대학노동조합 숭실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