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논평: 대학본부는 민주적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라-본말이 전도된 대학평의원회 파행에 부쳐

 

작금의 대학평의원회 사태를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이 떠오른다. 본말전도란 식물의 뿌리와 잎사귀가 뒤바뀌어 있다는 뜻으로, “일의 본질이 흐려지고 본질적이지 않은 것이 본질로 둔갑해 있는 상황"을 일컫는 사자성어이다. 현재의 대학평의원회를 둘러싼 문제 역시도 그러하다. 이 사태에 있어서 다음에서 언급할 핵심 문제 두 가지가 결국 본질(本質)이다.

 

이번 총장 들어 총학생회, 노동조합, 교수협의회에서 모두 대학평의원회 위원 선임 관련하여 잡음이 있었다. 총장이 대학평의원회 위원 임명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규정상의 임명 권한을 근거로 각 기구의 1순위 추천인을 배제하였던 것이다. 아무리 규정상의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관례적으로 존중되어온 각 기구별 추천권이 하루아침에 유명무실해졌으므로 각 기구는 이에 반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물며 이번 사태에서 교원들을 대표하고 통상적으로 타 구성원 대표자들의 동의를 얻어 평의원회 의장을 맡아왔던 교수협의회장을 배제하고 선임하는 처사에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본질적인 문제를 말하기 전에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대체 대학평의원희는 무엇인가? 대학평의원회는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본교 정관 및 관련 규정 등에서 규정된 대학 내 최고 심의 및 자문기구이다. 또 단순히 법령상 위원회이기 때문이 아니라 교수, 학생, 직원, 조교, 동문을 망라한 전체 학내 구성원의 대표가 참여하여 학내 정책에 대하여 서로의 의견과 입장을 논의하며, 총장과 학교 본부의 정책 결정에 대해 민주적인 심의와 자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라는 점에서 대학평의원회의 역할과 책임은 비단 거버넌스의 측면 뿐 아니라 대학 행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본교의 현행 규정인 [대학평의원회운영규정] <4> 에서는 대학평의원회의 위원은 각 구성원을 대표하는 기구가 2배수 추천을 하면 총장이 최종 임명하게 되어있다. 총장과 학교 본부의 정책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의 위원을 그 심의와 자문의 대상인 총장이 임명하는 것이다. 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추천인을 배제하고 선임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현행 규정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규정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는데 왜 지금에서야 이렇게 파행이 된 것일까? 이전까지는 총장이 규정상의 임명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관례적으로 각 구성원 대표 기구의 추천을 존중해왔기 때문에 평화롭게 평의원회가 구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본교 총장들이 이 규정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다. 추천인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 있었겠지만 각 구성원을 대표하는 기구의 추천권을 존중하며, 본교 대학평의원회의 독립적인 권한 및 심의 자문 기능을 인정하고 존중하였기 때문이다.

 

현행 대학평의원회 규정상의 문제와, 총장의 각 구성원 대표 기구에 대한 존중과 협치의 자세 부족, 이것이 이번 대학평의원회 파행의 본질이다. 숭실의 힘은 민주적 질서 안에서 학교와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각 주체가 합심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 우리는 민주적인 숭실의 가치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총장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배제하는 자세를 버리고 대학평의원회 파행과 본질적인 원인을 엄중히 직시하여 민주적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진정으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23.11.27. 전국대학노동조합 숭실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