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본부의 학사구조개편안에 대한 교수협의회의 입장
지난 11월 중순 대학본부에서는 전격적으로 학사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제2,3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내년 2월말까지는 학사구조개편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대학본부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방침에 대해 교수협의회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하나의 학과를 신설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늘, 수 십 년의 역사를 지닌 대학구조를 사전에 아무런 의견수렴의 절차도 없이 몇 개월 안에 개편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성급하고도 무모한 처사이다.
대학본부에서는 나름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은 비용을 절감하고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재정지원사업 수주를 위한 실적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실적을 얻기 위해, 그것도 꿰맞추기 식의 구조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것은 다양한 학문영역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소정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장기적으로 볼 때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숭실대는 자체 폐교를 감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결기를 보여준 선학들의 행동은 숭실대 모든 구성원의 자긍심이다. 그런데 눈앞의 이익을 바라보고 졸속으로 학사구조개편을 실행한다면 숭실대의 정체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을 것이다.
지난 대학특성화 사업을 준비하는 가운데 학교 구성원 간에는 갈등과 알력이 드러났고, 이번의 대학구조개편안으로 인해 불협화음이 심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무쪼록 학교본부에서는 어려운 때일수록 좀 더 긴 호흡과 안목을 가지고 구성원 간의 화합과 공존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학사구조개편안을 재고하기를 촉구한다.